가을 저녁,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어요. 마침 집에 쥐포 한 봉지가 있길래, 오랜만에 쥐포를 구워 먹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. 사실 쥐포는 어렸을 때 자주 먹던 간식이었는데, 요즘은 거의 잊고 지냈거든요. 그때 그 고소하고 달콤했던 맛이 떠오르며, 벌써부터 군침이 돌기 시작했어요.
부엌으로 가서 가스레인지를 켰어요. 불이 올라오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설레더라고요. 쥐포를 하나 꺼내어 집게로 조심스럽게 불 위에 얹었어요. 촤르륵, 쥐포가 서서히 불에 닿으면서 특유의 향이 퍼져 나갔어요. 그 향이 정말 기가 막히더라고요. 살짝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그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, 어릴 적 시장에서 어머니가 사 주셨던 쥐포가 생각났어요. 그땐 정말 간단한 것이 그렇게 맛있었죠.
쥐포는 구우면서 자꾸만 뒤집어줘야 해요. 안 그러면 쉽게 타버리거든요. 그래서 몇 번 뒤집으면서 골고루 익게 했어요. 겉은 점점 갈색으로 변하면서 살짝 오그라들기 시작했는데,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, 침이 꿀꺽 넘어가기도 했어요. 쥐포가 잘 익어갈 때쯤, 살짝 갈라지면서 속살이 보이는데, 그때가 딱 먹기 좋은 순간이죠. 바로 가스레인지에서 내려서 한 입 베어 물었어요.
뜨거워서 후후 불어가며 먹었는데, 아, 이 맛! 쥐포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어요. 처음엔 달달한 맛이 먼저 올라오다가, 곧이어 짭짤함이 따라오더라고요. 그리고 뭔가 깊이 있는 감칠맛이랄까요? 이래서 쥐포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. 추억의 맛이기도 하고, 정말 간단하지만 뭔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음식이에요.
쥐포를 먹다 보니, 역시 이렇게 불에 구워서 바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되지만, 그건 쥐포의 매력을 반도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. 구울 때 나는 그 특유의 냄새와, 살짝 눌어붙는 식감이 있어야 진짜 쥐포다운 맛이 나는 것 같아요. 그리고 가끔 타버린 부분도 의외로 고소해서, 씹으면서 그 탄 맛이 나름대로 매력적이기도 하더라고요.
먹으면서 문득 쥐포랑 막걸리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혼자 쥐포만 먹고 있자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요? 그런데 그날은 막걸리도 없고, 쥐포만으로 만족해야 했어요. 그래도 마지막 한 조각까지 다 먹고 나니,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어요. 배가 부르지도 않았지만, 그 향과 맛 덕분에 꽤나 만족스러웠어요.
쥐포 한 봉지를 다 먹고 나니, 다음엔 친구들과 같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구워 먹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. 그때는 바닷가 근처에서 조그마한 화로에 쥐포를 구워 먹었는데, 그 시간이 참 즐거웠어요. 역시 좋은 음식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 맛있는 것 같아요.
오늘 쥐포를 먹으며 느낀 건,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참 큰 행복을 준다는 거예요.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, 그저 평범한 저녁이었지만, 쥐포 한 조각으로 어릴 적 추억도 떠올리고, 혼자만의 소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. 이제 쥐포를 먹을 때마다 오늘 저녁이 떠오를 것 같아요. 마치 작은 축제처럼 말이죠.